[GAM]되살아난 '연준풋' ③ 슈퍼 비둘기 등장에 새판 짜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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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말 그대로 '슈퍼 비둘기'를 자처한 2023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월가는 축포를 터뜨렸다.
다우존스 지수가 1.4% 뛴 3만7090.24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는 등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 지수가 일제히 랠리했고, 주가 강세 흐름은 아시아 증시로 확산됐다.
IT 대형주를 포함해 성장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가 1.38% 오른 1만4733.96에 거래됐고, S&P500 지수가 1.37% 상승하며 4707.09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1개월래 최대 상승을 연출했다.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1.16% 상승하며 1만6416.69에 거래됐고, 싱가포르 ST 지수가 0.83% 오르며 3129.92를 나타내는 등 아시아 증시에도 연준발 훈풍이 두드러졌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아래로 꺾였다.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025%에 거래를 마감한 뒤 시간외 거래에서 3.979%까지 하락, 4% 선 아래로 후퇴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장중 4.3510%까지 떨어진 뒤 4.3722%로 낙폭을 좁히며 거래를 마쳤다. 5년물 국채 수익률은 3.912%를 기록, 4% 선이 무너진 동시에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명확하게 밝혔다"며 "이날 채권시장의 반응이 과도하지만 이제 금리 인상보다 인하 리스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고, 장단기 국채 수익률의 방향은 올바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 |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아시아 시간대 0.31% 하락한 102.55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10월 107선까지 뛰었지만 가파른 내림세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큰 폭으로 뛰었다. 12월14일 달러/엔 환율이 도쿄 외환시장에서 0.94% 상승하며 141.54엔에 거래됐다.
달러/엔은 11월13일 151.95엔까지 치솟았지만 연준의 피벗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아래로 꺾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2024년 금리 인하를 공식화한 데 따른 글로벌 자산시장의 파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피벗(pivot, 정책 전환)을 근간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먼저, 인컴 투자의 매력이 한풀 꺾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 규모는 약 6조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가 7일간 제공하는 이율은 연율 기준 5.19%에 이른다.
이 밖에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고금리 저축 상품이 제공하는 금리가 연율 기준 최대 5.1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 잉글랜드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도널드 로이 파이낸셜 플래너는 CNBC와 인터뷰에서 "고금리에 인컴 투자자들이 쏠쏠한 이자 수입을 챙기고 있다"며 "금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성 상품의 이자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탈하면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가의 자산운용사들은 아시아 지역의 주식과 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른바 '연준 풋'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슈로더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며 "지구촌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온' 움직임이 번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소재 베타셰어스 홀딩스는 보고서에서 "연준의 비둘기파 피벗이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를 압박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의 상승 모멘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엔화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연준의 금리 인하 예고에 또 한 차례 상승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외환 자문 업체 클래리티 FX의 사호타 아마지트 이사는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며 "연준의 피벗보다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강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움직임과 관련, 제프리스는 보고서를 통해 엔화 이외에 호주 달러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 뉴질랜드 달러화의 강세 흐름을 예고했다.
금리 인하에 나서는 연준과 달리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매파 정책 기조를 취하면서 통화 가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프리스는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화 역시 강한 랠리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루피화와 필리핀 페소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비해 원화와 대만 달러화의 상승 에너지가 더 강하다는 진단이다.
금 [사진=ING] |
뉴욕 소재 웰스 파고 역시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의 강세를 점쳤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지기는 어렵고, 이 때문에 원화가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의 동반 하락은 금값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2월 인도분은 0.2% 오르며 온스당 1997.30달러에 거래를 마친 뒤 전자거래에서 2.41% 랠리하며 온스당 2030.80달러를 나타냈다.
씨티 인덱스의 매트 심슨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에 달러화가 당분간 약세 흐름을 지속할 여지가 높고, 이는 금값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ING는 보고서를 내고 2024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선을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연준의 피벗과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 이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연준이 인플레이션 진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금리 인하 의지를 밝히면서 소위 끈적끈적한 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를 주장했던 이들의 의견이 설 자리를 잃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밀켄 연구소의 마이클 밀켄 대표는 애틀란타에서 열린 호프 글로벌 포럼에서 "연준이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렸다가 1970년대와 흡사한 정책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니엘 디마티노 부스 QI 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폭스 비즈니스 TV와 인터뷰를 갖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재점화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