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탈화석연료 전환' 합의 …'단계적 퇴출' 포함은 불발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한 190여 개국들이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가는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에 합의했다. 당사국들이 합의문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을 마치면서 당사국들은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 가는 전환을 촉구하고 이것이 공정하고 질서 있으며 평등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당사국들은 205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순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1992년 첫 개최 이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인도 등이 이 단어를 쓰는데 강력한 반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는 합의문에서는 석탄에 대해서만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초 100개국이 넘는 당사국들은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문구보다 강한 '석유, 가스, 석탄 사용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합의문에 담기를 원했다. 특히 기후 변화에 취약한 일부 섬 국가들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반드시 합의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유럽연합(EU) 등의 지지를 얻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이번 총회의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COP28)가 열리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023.12.14 [email protected] |
그러나 이 같은 다수의 의견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COP28은 예정보다 하루 늦은 이날까지 연장됐다. OPEC 국가들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같은 강력한 표현에 부담을 표시해왔다.
당사국들은 대체로 합의문에 '화석연료'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 의미 있다고 보고, 앞으로 이행으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합의문 발표 후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이번 합의가 "역사적"이라면서 이번 합의의 성공 여부는 이행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분명한 문구에 전 세계가 단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합의를 호평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다자주의가 실제로 힘을 합치고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취하면서도 공동선을 정의하려고 시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퇴출' 문구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아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화석 연료의) 즉각적이고 점진적인 폐기 문제는 묻혔다"며 "이번 협상이 세계 최고 석유 수출국의 원유 판매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도서국연합(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의 앤 라스무센 협상 대표는 이번 합의에 패기가 없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는 방법은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다뤄진 많은 어려운 질문 중 하나였으며 이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