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수요·공급 우려 겹치며 약 6개월래 최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국제유가가 12일(현지시간) 급락해 약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고집스러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요 우려가 부각된 데다,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에 대한 불신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2.71달러(3.8%) 내린 68.6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2월물은 2.79달러(3.7%) 밀린 73.24달러를 기록했다. 근월물 기준으로 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지난 6월 27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유가는 미국의 11월 CPI 보고서 발표 이후 약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CPI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1% 올랐다고 밝혔다. 월간 상승률은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기대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0% 각각 올라 전문가 예측치와 같았다.
다만 서비스 물가에서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소위 수퍼코어(supercore) 인플레이션은 11월 중 0.44% 상승해 10월 0.22%보다 높아졌다. 주거비는 같은 기간 0.5%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회사 PDVSA가 운영하는 모리찰의 유정에서 한 작업자가 원유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2.13 [email protected] |
원유시장에서는 이 같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요 전망에 부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했으며 금리 가속 페달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OPEC+가 추가 감산을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에 맡긴 것도 계속해서 원유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유업계를 향한 부정적 분위기가 압도하고 있다"며 "약한 수요와 OPEC+ 합의가 원유 공급을 제한하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내놓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전망치도 시장에 부담이 됐다.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하루 1293만 배럴에서 2024년 1311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