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아닌척 하는 세계은행의 탈중국 공급망 강화..."지정학적인 이슈는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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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뉴스핌] 이경태 기자 =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각 국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의 공여를 바탕으로 기금을 운영할 예정인 세계은행은 직접적인 탈중국 언급은 피하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년간 1억달러 기금 마련 목표…한국 300억달러 공여 약속

세계은행은 11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일본(G7 의장국)을 비롯해 인도(G20 의장국), 캐나다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 출범식을 가졌다.

주요 광물이 중국에서 주로 채굴되고 향후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본을 주축으로 공급망 강화 대책 마련에 각국이 힘을 모으는 상황이다. G7을 비롯해 공급망 강화에 관심이 있는 국가 등을 중심으로 세계은행 내 관련 다자신탁기금(EGPS) 산하에 기금이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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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뉴스핌] 이경태 기자 =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 2023.10.12 [email protected]

앞서 일본은 RISE에 한국도 동참해주길 요청한 바 있다. 한국 정부 역시 RISE 실무회의 등을 거치면서 G7 등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 효과를 점검하고 RISE 참석을 추진해왔다.

실제 이같은 논의는 지난 5월 G7 재무장관회의, 6월 한·일 재무장관회의, 8월 한·미·일 정상회의 등에서 진행됐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최근 핵심광물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RISE 프로그램을 통해 개도국들이 기존의 채굴(upstream) 뿐만 아니라, 가공(midstream)·상품제조(downstream) 등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RISE에 300만달러를 공여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RISE를 비록해 기존 역내·국제 공급망 관련 협의체를 통해 국내 핵심산업과 관련된 공급망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脫)중국 언급은 껄끄러운 세계은행…지정학적 이슈 회피 급급

공급망 위기는 주요 광물 공급이 과도하게 중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토류 가운데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등에 필요한 네오디뮴 영구자석(NdFeB)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무려 8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의존도가 심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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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광산 모습[사진=뉴스핌DB]

다만 문제는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의 경우, 각 국가가 힘을 보태고 있는 탈중국 공급망 강화 대응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불편한 모양이다. 

실제 이날 마라케시 현지에서 진행될 한국 기자단과의 RISE 관련 설명회를 세계은행이 돌연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측은 지정학적인 이슈(중국 관련)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마라케시 현장에서는 세계은행이 이미 일부 외신을 통해 거론된 탈중국 가속화 등에 대한 내용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국제기구로서 특정 국가를 배제시킨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원된 대출 등에 대해 일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중국의 요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세계은행이 재정·기금 등에 대해 중국과 언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RISE 자체가 여전히 '깜깜이' 기금 운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도 알려진다. 

세계은행이 실질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전체적인 광물 채굴 가능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 뿐더러 5년간 1억달러 기금 마련 역시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기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확정된 부분도 없고 오히려 중국에는 등지고 미국에 친화적인 국가들의 협력체계를 마련한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RISE가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완전한 탈중국도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국가별로도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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