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동전] 이, 가자 전역서 백병전..."칸유니스 최대 격전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시일을 '몇 주'에서 '몇 개월'로 경고하면서 시간이 촉박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로 공세를 확대, 전역에서 치열한 백병전(白兵戰·근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IDF)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4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를 추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쪽과 남쪽 하마스가 숨어 있는 어디든 추적하고 있다"고 알렸다.
간밤에 이스라엘 공군은 가자지구 전역의 하마스 목표물 약 200개에 공습을 가했고 현재 지상군은 "건물에서 건물로, 터널에서 터널로" 이동하며 근접전을 수행 중이다. 초기 지상 작전이 집중된 북부에서는 남은 하마스 대원들 소탕과 군사 인프라 타격이 지속되고 있으며 남부 지역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작전 임무 수행 중인 이스라엘군. [사진=이스라엘군 제공] |
◆ 정당성 있을 때 전쟁 끝내야 하는 이스라엘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영토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약 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에 남은 가자지구 전투 시일은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에 전폭 지원을 약속한 미국이 시한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전시 내각에 현재와 같은 강도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투할 시간이 '몇 개월' 남았다고 경고했다. 채널 12 뉴스는 블링컨 장관이 제시한 시한이 이보다 짧은 '몇 주'라고 보도했다.
전쟁 개시 2개월 만에 팔레스타인인 1만 5000여 명이 숨졌고 인도주의적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 이상 작전 강행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은 연일 이스라엘에 전쟁법 준수와 민간인 피해 최소화 메시지를 발신해 왔는데, 민간인 피해 확대는 내년 재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스라엘군이 전쟁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지만 어렵다. 지난 2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안전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제시하며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안내했지만 가자지구 내 통신이 끊긴 상황이라 충분히 전달된 내용인지 불분명하다.
남부 군사작전 개시로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한 구호트럭 반입이 중단된 상황인 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군으로부터 24시간 안에 가자지구 남부의 구호 창고를 비울 것을 통보받았다고 4일 밝혔다. 유엔은 인당 최대 83리터(ℓ) 제공되던 물도 지금은 15ℓ 밖에 배급하지 못한다며 조만간 식수도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0월 12일(현지시간) 눈물 흘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중대한 직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 등 동맹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도의 이스라엘 지원은 가자지구 민간인의 증가하는 유혈사태로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며 "이스라엘도 국제적 지원에 무한정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축출하고 100명 이상의 인질을 구출해야 하는 목표 달성에 있어 '정치적 시계'에 직면했다"며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 경우 미국의 지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한다"고 진단했다.
◆ 軍 전문가들 "남부 제2 도시 칸유니스 최대 격전지" 한목소리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공세를 확대한 가자지구 남부의 제2 도시 칸유니스가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칸유니스는 가자시티 다음으로 하마스 사령부와 군사 자산이 밀집한 곳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등 북부 지역 지상 작전을 개시하면서 하마스는 상당수의 군사자산을 이곳에 이동시켰다.
이곳은 북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대피한 곳이기도 하다. 전체 가자지구 인구의 80%인 약 180만 명이 피란 중인데 이들 대다수가 남부에 이주해 있다. 하마스가 아직 억류하고 있는 인질 137명의 상당수도 이 지역 지하터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지상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사진=이스라엘군 제공] |
이스라엘군은 납치된 인질들 신병을 확보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하마스만 제거해야 하는 여간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단 설명이다.
중동 안보 및 위험 관리 컨설팅 회사인 르 벡 인터내셔널의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북부에서의 전투보다 다음 전투가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스라엘군의 역량이 문제로 지목된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서안지구에서 체포나 표적 습격과 같은 일회성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많지만 거의 20년 전에 철수한 가자지구의 지형을 잘 알거나 전투 기동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육군 최대 보병여단인 크피르 여단이 하마스 터널 파괴 작전을 수행 중인데 서안지구에서 해본 적 없는 유형의 작전이라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