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금리 종료 조짐에 주택시장 '꿈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에서 더 많은 미국인이 고금리를 감내하더라도 주택 구매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음에 드는 매물만 나온다면 당분간 고금리를 감당하더라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주택을 구입하기 전 금리가 하락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이는 6개월 전 85%보다 하락한 수치다. BofA의 맷 버논 소비자 대출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설문조사에서 인내심의 부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3월부터 11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를 5.25~5.50%로 22년간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8%를 넘어서 약 20년간 최고치로 올랐다. 같은 달 기존주택판매는 한 달 전보다 4.1% 감소한 379만 건(연율)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버논 책임자는 "주택을 소유하고 싶다는 분명한 바람이 있다"며 "그러나 일부에게 현재 시장 현실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전 금리가 하락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6개월 전 85%에서 최근 62%로 줄었다.[그래픽=BofA] 2023.12.05 [email protected] |
그러나 최근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내리기 시작하자 시장에서는 고금리 속에서 억눌렸던 주택 수요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한 주간 평균 모기지금리는 5주 연속 하락해 7.2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모기지 수요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 건수는 지난달 24일까지 한 주간 5% 증가(계절 조정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시장 전반에서 금리가 내리면서 모기지금리도 낮아지고 주택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58.4%로 반영 중이다. 같은 해 5월까지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82%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시장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현재 5.25~5.50%에서 4.00~4.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해당 수준이었던 지난해 말 모기자 금리는 6%대였다.
Bof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더 저렴한 지역에서 주택을 찾거나 자신이 꿈꿔온 '드림 홈'(dream home)이 매물로 나온다면 고금리를 감내하고라도 현재 보유한 주택을 팔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고금리 속에서 미국인들의 억눌린 주택 수요는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레드핀의 다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7% 밑으로 하락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한 해를 기록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입찰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논 책임자는 "수요가 개선되면 내부 재원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