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 사상 첫 해임...공화 강경파 반란에 민주당 가세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자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해 제출한 해임 결의안이 3일(현지시간) 가결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하원 다수당을 장악한 공화당의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던 매카시 의장은 9개월만에 불명예 퇴진당했다. 미 역사상 의회에서 하원의장 해임안이 통과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전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시 만해도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재신임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하원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은 찬성 216대 반대 210으로 가결 처리됐다.
미국 사상 처음으로 해임이 가결된 공화당의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 (가운데)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돼있으며 해임 결의안은 투표 참여 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이 해임안에 찬성하고, 공화당에서 5명의 반란표가 나오면 해임안은 처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날 해임안 투표에서 공화당에선 해임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을 비롯한 8명의 반란표가 나왔다.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208명도 해임안 찬성 표결에 나섰다.
자당 소속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린 의원들은 공화당의 강경 보수파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로 알려졌다.
게이츠 의원은 전날 전날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는 해임안 제안 설명을 통해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지출을 대부분 포함한 임시예산안을 마련해 통과시켰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를 놓고도 모종의 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며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 역시 매카시 의장이 최근 공화당 강경파에 휘둘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결정한 것 등에 불만을 품고 해임안 찬성에 표를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미 하원은 출범 9개월만에 원내의장이 축출되고, 새로운 원내 사령탑을 구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특히 공화당은 캐스팅 보트를 쥔 소수 강경파 의원들과 당권파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는 등 내홍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