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동결→인상' 시장전망 선회…유로화 약세 막을까
"ECB, 내년 인플레 3% 상회 전망"에 인상론 힘 얻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그동안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허우적대는 가운데, 이번 달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 전망은 '동결'에서 '인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최근 8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유로화 환율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 시장, 10회 연속 인상 가능성에 "이달 초 20%→ 현재 68%"
1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이달 초까지만 해도 동결에 무게를 뒀던 시장 전망은 인상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달 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ECB가 그동안 9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이번에는 성장을 위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였고, 인상 전망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ECB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도 3% 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는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클라스 노트도 투자자들이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번은 "아슬아슬한(close call)"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유로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68%로 올라간 상태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독일 2년물 국채 금리는 0.04%포인트 상승한 3.17%로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를 찍었다.
ECB가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예금금리는 4.0%를 기록,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가 된다.
ECB로서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속보치 기준)로 목표치 2%를 훨씬 상회한 상태다.
반면 대출금리 상승과 중국 경제 둔화로 유럽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ECB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금리 올려도 '8주 연속 하락' 유로화 추세 이어질 가능성
한편 ECB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최근 8주 연속 하락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약세를 추세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하락했으며, 8일에는 1.07달러까지 떨어지며 3개월 만에 최저를 찍기도 했다.
이후 ECB 회의를 앞두고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모양새지만, 한국시간 오전 9시 51분 기준 1.0740달러로 지난달 18일 고점인 1.1257달러 대비 여전히 4.6%가량 하락한 상태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 겨울철 에너지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성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는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방어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은 "ECB가 금리를 올릴 경우 어느 정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유로존의 약한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올해 약세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향후 6∼12개월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전망을 기존 1.14달러에서 1.06달러로 하향하면서 "유로존 경기침체가 미국보다 먼저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 기사 원문(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914859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