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軍·시민들 "러 본토 기습으로 사기 크게 높아져"… 쿠르스크 지역 1263㎢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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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州)에 대한 기습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군 장병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사기를 크게 높여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점령한 사례로 기록될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군(軍)이 여전히 공격에 나설 능력이 있고,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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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장갑차량에 올라탄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올하 파블로우스카(51)씨는 "(쿠르스크 공격은) 우리 사회의 사기를 높여주는 아주 용감하고 중요한 행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동네 주민들과 모여 최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대해 얘기한다"며 "정말 오랜만에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기습 작전에 돌입한 우크라이나군은 만 2주가 지난 현재 점령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주변 지역으로 공세를 확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20일 93개 마을을 포함해 쿠르스크 지역 1263㎢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점령지에서 서쪽으로 약 10~25㎞ 떨어져 있는 주요 교량 3개를 폭파해 그 중간에 있는 러시아군을 궁지로 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 점령지와 세임강 사이에 (주로 징집병으로 구성된) 러시아군 2000~3000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우리 군이 국경에서 28~35㎞ 떨어진 곳까지 전진했다"며 "러시아군이 이곳 진지를 강화하기 위해 병력을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동부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반격이 실패한 이후, 우크라이나 군 장병들은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미국 등 서방의 무기·장비를 앞세워 대대적인 작전을 펼쳤지만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에 막혔다. 이후 러시아군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동부 지역 최전선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많은 영토도 잃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 실망과 비관론이 퍼졌다. 지난달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빠른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도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동의한다" 비율이 10%에 그쳤다. 

쿠르스크 기습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켰다. 특히 군 장병들의 사기가 크게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이자 보안군 장교인 로만 코스텐코는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승리"라며 "우리가 주도권을 장악한 것은 국제적으로나 우리 스스로에게나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껏 고무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크렘린의 보복 위협이 허풍에 불과하다는 게 명확해졌다"면서 미국·영국 등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한 제한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동부 최전선 지역의 방어능력 약화를 초래한 이번 기습이 '위험천만한 모험'이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동부전선 최전방인 도네츠크 지역이 러시아군의 맹공격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귀중한 자원을 빼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개입 때 참전했던 야로슬라프 만델씨는 "쿠르스크 침공은 동부전선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전략은 돈바스에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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