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독자들 "한강 작품 읽고 고통스럽게 변화하는 내 모습 발견"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54) 작가의 작품에 대한 전 세계 관심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독자들의 반응을 모아 전달했다.
가디언은 "한강 작가의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마음을 꿰뚫는 문구부터 머릿속에 새겨지는 이미지까지 수십 명이 한강 작품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프랑스 파리에 사는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미아 코바치치(34)는 "'채식주의자'를 가장 먼저 읽었다. 체제전복적이고 시적이며 어둡고 폭력적이고 진솔한 책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어떤 책과도 달랐고 (한강이) 자신만의 리그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나는 한강의 모든 책에서 고통스럽게 변화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영국 뉴캐슬 인근에 사는 카피라이터 캐서린 와일드먼(50)은 "올해 그리스 스키아토스를 방문했을 때 '희랍어 시간(Greek Lessons)'을 들고 갔다. 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일이 일어난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줬다. 친절의 힘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의 글은 설득력 있고 긴박하며 진실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에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학생과 일하는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니 리드는 "현재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빌려줬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밤새 읽었고 마지막 쪽까지 다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항쟁 사건을 익히 알고 있지만 언론 보도를 보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한강의 작품이 한 일은 그런 거리감을 지원버린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글은 곧장 가슴으로 꿰뚫고 들어왔고 마치 내 아들의 반 친구들처럼 아이들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에서 중세 포르투갈 문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 휴고 마이오(32)는 "노벨 문학상 발표가 났을 때 기뻐서 몇 시간 동안 펄쩍펄쩍 뛰었다"고 했다. 그는 한강이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에 대해 "그녀가 다루는 주제의 심각성과 날것 그대로의 잔인함이 언어의 강렬함, 뻔뻔하고 끊임없고 끔찍한 아름다움과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은 강력한 감정을 테이블에 가져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이며, 측정과 비율에 대한 이해가 경이롭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