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래 최저치 찍은 유가에 "OPEC+, 추가 감산 고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국제 유가가 4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하자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 합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가 추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최소 내년 봄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은 지난여름부터 시작됐다. 사우디는 최대 하루 120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약 900만 배럴로 산유량을 줄인 상태다. 원래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은 연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다른 한 소식통은 OPEC+ 소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에 공분하고 있다며 이들이 오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책 회의에서 추가 최대 100만 배럴의 감산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쿠웨이트와 알제리, 이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과 관련해 가장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유가는 큰 폭으로 급락해 장중 4개월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3.76달러(4.9%) 내린 72.90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은 3.76달러(4.6%) 밀린 77.42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WTI는 72.16달러, 브렌트유는 76.60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 7월 7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이날 유가는 OPEC+가 오는 26일 열리는 정책 회의에서 최근 유가 하락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 중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후 2시 23분 WTI 12월물은 전장보다 4.16% 오른 75.93달러, 브렌트유 1월물은 4.26% 오른 80.72달러를 기록했다.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다른 소식통은 "걸프 지역의 지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국민들의 분노와 압박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1970년대의 '석유파동'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은 일반인과 워싱턴DC에서 이해할 만한 미묘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석유 공급을 조이는 것을 점차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며 사우디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의 공개 발언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보다는 원유시장에 집중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둔화에 대비해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의 크리스천 말렉 EMEA 유가·가스 분석 대표는 "OPEC+는 수요 약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추가 100만 배럴의 감산에 나설 수 있다"며 "사우디는 다른 회원국들이 추가 감산 부담을 공유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압둘라지즈 에너지 장관이 사우디가 최대치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협박하며 다른 회원국에 추가 감산 혹은 과거에 합의한 감산을 준수하기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