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 지고 매너도 지고...스포츠 강국은 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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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지난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렸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우리 축구 대표팀이 3대 0으로 압승을 했다.

잔디를 누비는 선수들의 화려한 움직임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중국인 관중이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중국 팬들의 견제는 시작됐다. 자국 선수들이 등장했을 때 뜨거운 환호성을 지르던 중국 관중은 한국 대표팀에게는 야유를 보냈다. 애국가가 나올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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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홍우리 기자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본경기가 시작된 뒤부터는 '비매너'가 도를 넘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중국 선수가 우리 선수를 뒤에서 잡아 넘어뜨리는 파울을 범하했고, 응원석에서는 우리 선수의 얼굴을 초록색 레이저빔으로 쐈다.

상대팀의 사기를 꺾을 정도의 큰 소리 응원이나 야유는 홈팀의 이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보여준 비 신사적 범칙이나 관중의 레이저빔 조준 같은 행위는 이해 수준을 넘어선 것다. 더구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를 개최하고, 금메달을 휩쓴 '스포츠 대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비뚤어지게 표출됐다는, 자격지심을 드러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국가대표팀 순위와 다르게 중국인의 축구 사랑은 축구 강국 못지 않다. 월드컵 기간이면 중국 14억 인구의 상당 수가 매일 TV 앞으로 모이고, 술집과 식당도 월드컵 중계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중국 기업들에 있어서는 월드컵 만큼이나 효과적인 마케팅 무대가 없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경기장 광고판 다수를 완다(萬達)·비보·멍뉴(蒙牛)·하이센스(海信)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후원 기업은 중국 기업들로, 총 13억 9500만 달러를 후원했다. 우리돈 무려 1조 7667억원 상당이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중국 기업이 짓고, 심판·기수에도 중국인이 포함되면서 '선수 빼고 다 보냈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중국이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50년까지 중국 축구 대표팀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축구 굴기'를 제창했지만 경기 실력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체계적인 선수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의 부재·프로리그의 비리·프로 구단 모기업의 경영난 여파 등이 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포츠 경기는 매너를 겨루는 경기라고들 한다. 경기 종목에 따라서 옳게 여겨지는 관람 매너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상대편을 조롱하는 행위는 반드시 삼가야 할 기본 에티켓이다.

부진한 성적이 중국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매너까지 잃게 만든 것일까. 선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의 모습에서는 스포츠 강국 국민이 갖춰야 할 매너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 확립·훈련 질 제고로 그라운드 위에서 중국 축구의 경기력이 높아짐과 함께 경기를 이끌어가는 관중의 수준까지 높아지는 날을 기대한다. 실력과 그에 못지 않은 수준 높은 매너로 스포츠의 진짜 의미를 보여주는 체육강국의 면모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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