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한군 우크라 파병"...미국·나토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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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위해 특수부대를 포함한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하고 1500명의 선발대가 이미 러시아 영내로 진입했다고 지난 18일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참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이 같은 발표는 즉각 세계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 정부의 확신에 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은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우려를 표명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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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러 관계의 기존 조약과 선언을 대체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를 마친 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한 질문에 "그런 보도들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션 새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18일 "이런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위험한 상황 전개"라는 입장을 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국정원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도 "만약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정원이 이번 정보를 미국 등 우방국 정보기관과 조율해서 발표한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공개한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이 이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지난 18일 대통령실의 긴급 안보 회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관련 보고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나토가 공식 확인을 미룬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 사안이 가져올 파장을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다. 국정원 발표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3차례에 걸쳐 주장한 바 있지만 미국은 그때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북한군의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지만 정치적 상징성은 매우 크다. 미국이나 나토가 이를 확인하게 되면 대응 조치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수반하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전황과 종전 해법, 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등을 모두 감안해 이번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 미국이 최소한 지금은 이를 공개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토 역시 북한군 파병이 확인되면 나토의 개입 확대나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사거리 해제 등의 조치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처럼 중대한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평가를 공유하고 공식 발표 내용과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공개과정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미국이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우려를 표명하는데 그치고 있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는 한국의 독자적 발표에 대한 당혹감과 곤혹스러움이 배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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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 연병장에 우크라이나 전에 참전할 북한군 추정 병력 400여명이 모여있는 모습. 국가정보원이 위성을 통해 지난 16일 촬영했다. [사진=국정원] 2024.10.18

미국이 정보 해석을 달리하거나 국정원의 정보를 아직 설익은 것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정보 상황에 밝은 전직 관료 출신의 전문가는 북한의 동향에 대한 미국의 최종적 판단이 아직 서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국들도 북한의 개입에 대한 정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식 발표는 정보 해석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정책적 판단이 섰을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전투병을 전선에 보낼 것인지, 후방 경계나 병참·군수 지원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제공한 무기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위한 것인지 등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군 배치와 참전을 기정사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 배경에 국내정치적 고려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파병이 확인될 경우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미국과 나토뿐만이 아니다. 한국 역시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안보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어서 한·미 동맹과 북·러 동맹이 대치하는 '안보환경의 급변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압력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의 파병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반대급부의 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에 첨단 군사기술과 관련된 지원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살상무기 지원을 회피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러 관계가 회복 불가능의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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