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은행 줄파산…1980년대 위기 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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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중소형 지역은행에 대한 경고는 여전하다. 가파른 금리 인상 국면이 신용 경색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시작된 미국 저축대부조합의 연쇄 도산 사태와 맞먹는 규모의 은행 부실화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금융 시장의 상황이 1980년대 후반 시작돼 수년간 수백개의 은행 파산을 초래하고 미 경제를 곪게 한 부실 저축대부조합 사태와 닮아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40여년 전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수백개의 저축대부조합이 수년간 차례로 도산하거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당시처럼 앞으로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위기가 느린 속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당국의 지원과 자금 여력이 양호한 은행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유동성은 안정됐지만,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직면한 위험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예금 대량 이탈이다. 은행권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액 수천억달러가 상대적으로 신용리스크가 낮고 환금성과 수익성이 좋은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가고 있다. 중소형 은행들의 오랜 고객들이 MMF로 자금을 옮기면서 느리고 꾸준한 예금 잠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25개 대형은행과 중소형 은행들의 자산 부채 구조를 비교하면 이같은 위험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형은행의 경우 평균 예금이 SVB 파산 사태 직후인 지난달 초 이후 전년 동기 대비 5.56%(3월1일)에서 4.2%(3월29일)로 완만하게 감소했지만, 중소형 은행은 15.15%에서 10.18%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SVB 파산 사태가 중소형 은행에만 주로 영향을 미친 영향이다. 이같은 예금 이탈은 중소형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금리 인상 국면에서 신용 경색 위험을 높이고, 제2·3의 SVB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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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이 같은 위험을 반영해 지난 21일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US 뱅코프, 자이언스 뱅코프, 뱅크 오브 하와이 등 미 11개 중소형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VB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내려갔다. 이 은행의 예금은 2022년 말 기준 절반 이상이 보호를 받지 못하며, 올해 1분기에만 11%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US 뱅크는 자본 비율이 낮고 미실현(장부상) 손실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미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넘치는 유동성으로 예금이 밀려들자 이를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미실현 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예금 반환 자금 마련을 위해 손실을 보고 국채를 매각한 SVB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이언스 뱅코프 역시 증권 포트폴리오상의 상당한 미실현 손실과 자본 악화가 문제로 꼽혔다.



무디스는 "은행들이 자산과 부채를 관리하는 방식에 있어 부담이 더 커지고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은행 위기 사태는 은행들이 예금의 안정성, 운영 방식 등을 재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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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이탈로 인한 대출 축소는 금융 여건을 더욱 긴축적으로 만들어 경기 불확실성을 높인다. 미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은행 대출이 2% 감소할 때 마다 은행 수익성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전미민간기업연맹(NFIB) 소속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SVB 파산 이후 신용 위축으로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미국 중소기업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조사 결과 (SVB 사태 이전인) 전월에 비해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고 답변한 중소기업의 비중은 9%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도 이 같은 신용 위축이 기업 활동 제약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0.3~0.5%포인트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 위축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파산 위험도 높인다.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전역에 있는 중소형 은행들이 일제히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을 현 수준으로 동결 또는 축소에 나서고 있다"며 "연말에 기업들에 대한 대출 연장이 이뤄지지 않거나 대출 조건이 재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 원문(출처):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4241016121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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