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제공)
CPI 대기모드…‘끈적한’ 물가 우려
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7% 하락한 3만3618.69에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5% 오른 4138.12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18% 뛴 1만2256.92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31% 떨어진 1754.47을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혼조를 보였다. 오는 10일과 11일 각각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지난달(4월)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0%로 각각 나타났다. 전월 당시 0.1% 상승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0.4%, 5.5%로 나왔다.
CPI 발표를 앞두고 나온 지표들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5일 나온 고용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개 증가했다. 월가 전망치(18만개)를 큰 폭 상회했다. 임금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5% 늘면서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이를 두고 연방준비제도(Fed)가 역대급 긴축에 나섰음에도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절대적인 고용 증가 폭이 둔화하는 만큼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왔다. 다만 월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언급대로 노동시장 과열 쪽에 더 무게를 두는 기류다.
이날 나온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 4.4%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4.7%) 대비 소폭 하락한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 5.0%→4.2%→4.7%→4.4% 등 연준의 초강경 긴축에도 4~5%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연준 목표치(2.0%)보다 훨씬 높아서다.
특히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8%에서 2.9%로 오히려 올랐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2.5→2.6%) 역시 상승했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상회하며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가 완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016%까지 올랐다. 1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뛴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20%까지 상승했다. 7bp 넘게 오른 수치다.
시장은 연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금리를 5.25~5.50%로 25bp 올릴 가능성을 12.0%로 보고 있다. 전거래일 당시 8.5%보다 높다.
연준 “1분기 은행들 대출 기준 강화”
시장을 또 놀라게 한 것은 연준이 이날 내놓은 은행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출 수요는 약화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 △위험 허용 범위 감소 △산업별 문제 악화 △현재 혹은 향후 유동성 상태의 악화 등을 대출 기준 강화의 이유로 꼽았다.
연준은 “급격한 신용 위축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잠재적으로 둔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번 보고서는 대출 수요에 대한 더 추악한 그림을 제외하면 큰 놀라움을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대출 수요는 2009년 이후 가장 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압박을 시작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했던 언급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그나마 ‘위기설’에 휩싸인 중소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급등락하지 않으면서 3대 지수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65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본사로 한 팩웨스트는 그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 받아 왔다. 근래 주가가 두자릿수 이상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팩웨스트가 자본금 확충을 위해 배당금을 주당 25센트에서 주당 1센트로 축소하기로 하면서다. 폴 테일러 CEO는 “우리 사업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경제 불확실성과 은행 부문의 변동성을 볼 때 배당금을 줄이는 게 자본금 확충을 위한 현명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0.59 뛰었다.
그러나 현재 은행주가 언제든 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행권 위기에 대해 “앞으로 혼란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돈을 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버크셔는 (은행주에 대해)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신중해졌다”고 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대장주’ 애플의 주가는 0.04% 소폭 내렸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채권 발행을 통해 5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8월에 이어 9개월 만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05%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1% 올랐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55% 오른 배럴당 73.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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