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 18개월래 최저…푸틴 전쟁 자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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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가 소강 상태에 접어 들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유럽이 올 겨울은 물론 다음 겨울에도 공급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유럽 기준 가스가격은 지난 18일 메가와트당 48.90유로를 기록해 거의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시작한 이후 최저다. 지난해 8월 메가와트당 300유로 넘게 올랐던 정점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유럽에서 날씨는 따뜻하고 저장량은 충분하며 러시아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공급를 찾으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덕분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또 가스 가격 하락은 유럽연합(EU)와 영국 경제를 부양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에 타격을 준다고 FT는 전망했다.

가스 가격은 러시아산 공급이 급감하며 단전 가능성까지 우려됐던 지난해 8월 정점 이후 85% 급락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스테인은 FT에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를 성공적으로 차단한 것 같다”며 가스 가격이 “여전히 비싸지만 심각한 공급부족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필요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전쟁 이전인 2021년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이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은 블라디미르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로 벌어 들인 돈은 침공 초기 급증하며 군사자금을 지원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급감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대폭 할인돼 팔리고 러시아산 가스 가격도 수출 급감을 보전할 만큼 높지 않다.

가스가격 하락은 EU와 영국이 올해 약한 침체를 겪거나 혹은 경제 위축을 완전 피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유럽위원회(EC)는 가격 하락으로 EU 단기전망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가스가격은 역사적 평균인 메가와트당 10~30유로보다 여전히 높지만 유럽에 깊은 침체를 유발할 정도로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고 FT는 전했다. 가스 가격은 배럴당으로 치면 지난 여름 거의 500달러로 치솟았지만 이제 85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재고도 충분하다. 올겨울 막바지 추위도 거의 6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트레이드그룹 가스인프라유럽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고는 65%정도 채워져 있다. 평년 이맘때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유럽에서 산업용 가스 수요도 지난 1년 동안 20%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이 급감했는데 효율성이 높아지고 연료 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글로스테인은 설명했다.

3월도 상대적으로 온화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난방 수요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러시아산 공급이 지난해 초보다 더 줄어도 다음 겨울을 앞두고 가스 저장시설이 채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할 항만이 이제 운영이 즉각적으로 재개돼 대체 공급원이 확보됐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재개방하면서 낮아진 가스 가격으로 아시아의 수요가 촉발될 수 있다고 ICIS컨설팅의 톰 마르제크-만세르는 지적했다. 그는 “가격이 떨어지면 일각에서 산업용과 발전용 가스 수요가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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