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한 파월의 애드리브”···“월가, 시장혼란·침체 연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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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와 국채금리 상승에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40%, 0.14% 오른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18%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하락했다가 이후 연 3.992%까지 올랐습니다. 오전에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105.7대로 다시 뛰었는데요.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월 금리인상폭에 관해 “정해진 게 없다”며 시장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와 2월 민간고용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함을 보여줬죠.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과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파월의 하원 발언과 함께 노동 지표 및 물가, 증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월, 3월 금리인상 정해진 것 없어 2월 고용·CPI 등 봐야”…“실업자 대비 구인 1.9배 노동시장 여전히 견고”

파월 의장의 하원 증언부터 보죠. 당초 파월은 어제 상원에 제출했던 내용과 똑같은 사전자료를 하원에 냈는데요.

하지만 어제 시장의 움직임에 놀랐는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no decision has been made on this)”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3월 회의에 관해서는 중요한 데이터들이 나온다. 그 중의 하나가 오전10시에 나온 구인이직보고서이며 금요일에 고용, 다음 주에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온다”며 “추가적인 데이터를 볼 때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연준은 미리 경로를 설정하지 않는다”고도 했죠.

물론 파월은 데이터를 본 결과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어제 발언을 되풀이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3월 0.5%포인트(p)의 문을 열었으나 △추가 데이터(2월 고용, CPI)를 보고 결정할 것 △금리선물시장은 3월 0.5%p 가능성을 크게 높였으나 100% 확정이라고 보기엔 섣부름 등이죠.

이는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분석해드린 바와 같은데요. 달라진 것은 파월 의장이 굳이 3월 금리인상폭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콕 짚어 얘기했다는 점이죠. 시장이 0.5%p 인상으로 확 기울자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을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파월이 가급적 0.25%p를 하고 싶은데 데이터가 안 받쳐주면 끌려가듯 하는 수 없이 0.5%p를 하겠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에 정말 좋게 나온다면 0.25%p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는 봐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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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데이터입니다. 이날 나온 1월 JOLTs를 보면 1082만4000건으로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1054만6000건을 웃돌았는데요. 지난해 12월(1123만4000건)보다는 약 41만 건 감소했습니다. 해고는 1월에 171만6000건으로 지난해 12월(147만5000건)보다 증가했고 자발적 퇴사자는 전달 409만1000명에서 388만4000명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조짐은 약간 보였죠.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노동시장이 타이트합니다. 감소했다지만 자발적 퇴사자 수도 여전히 많구요. 연준이 눈여겨 보는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만 해도 여전히 1.9배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2배였죠. 이대로는 노동시장이 연준의 바람만큼 둔화하고 있다고 절대 볼 수 없는데요.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노동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며 “고령화 때문에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지난해 구인건수도 계절조정을 손보면서 대부분 상향 조정됐는데요. 지난해 12월이 1101만2000건에서 22만 건 이상 늘어났고 작년 3월은 기존 1185만5000건에서 1202만7000건으로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죠. 지난해 전체로는 기존 발표보다 108만9000건의 구인이 더 있던 것으로 수정됐습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2월 민간고용도 24만2000개 증개해 월가 예상치 약 20만 개를 상회했는데요. 재직자의 임금상승률이 7.2%, 이직자는 14.3%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도 비슷한데요. 전미 레스토랑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1월 숙박과 음식서비스 분야 채용공고가 147만5000건이었는데 채용은 101만7000건이었는데요. 여기에 치폴레는 북미에서 1만5000명의 대규모 직원 채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월 FOMC, 고용·인플레 예상보다 상당히 낮아야 0.25%p”···“금리선물시장 파월말 반대로 해석. 연준이 신뢰를 창 밖으로 던졌다”
 

파월이 중요 데이터로 꼽은 2월 고용을 보면 앞으로의 그림이 확실해 질 겁니다. 현재로서는 블룸버그 기준 22만5000개 증가로 예상되는데요.

날짜별로 보면 전망치가 △3일 20만 개 △6일 22만3000개 △7일 22만4000개 △8일 22만5000개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죠. 최저 10만~최대 32만5000개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업률(3.4%)과 전월비 시간당 평균임금 예상치(0.3%) 등은 변동이 없는데요.

고용과 함께 양대 데이터인 2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6.0%, 근원 전월 0.4%, 근원 전년 6.0%라는 전망치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2월 P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5.4%로 각각 1월의 0.7%, 6.0%보다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카림 체디드 블랙록의 투자전략가는 “모든 데이터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봤습니다.

그럼 고용과 CPI가 어느 정도 나와야 0.25%p와 0.5%p를 가를까요. 2월 25만개의 비농업 일자리와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전월 대비 0.4%가 될 것이라고 보는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0.25%p의 금리인상을 하기 위해서는 15만 개 이하의 일자리 증가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비농업 일자리가 20만 명 미만이고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보다 적게(less than 0.4%) 오르면 우리는 0.25%p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하겠지만 만약 고용이 30만 개가 넘으면 그것만으로도 0.5%p를 하게 될 것”이라며 “중간 숫자가 나오면 파월이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연 만큼 0.5%p를 인상할 것이라는 쪽이 우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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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증가 숫자만 놓고 보면 20~30만 개일 경우 애매할 수는 있으나 파월이 꺼낸 말이 있기 때문에 0.5%p로 기울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월가의 고용 전망치(22만5000개)대로면 빅스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겠죠. 다만, 고용이 약간 더 애매하면 CPI를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겁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0.25%p만 올리려면 고용과 인플레에서 큰 하방 서프라이즈가 필요하다”고 봤는데요.

금리선물시장도 비슷합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37분 현재 3월 0.5%p 금리인상 가능성이 77.9%인데요. 정해진 게 없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도 어제보다 8.1%p 높죠. 투자자들은 파월의 달래기(?)에도 “연준을 믿을 수 없다. 0.5%p 할 것”이라고 봤거나 그의 말을 원칙론 수준이라고 생각한 셈인데요. 10년 물 국채금리가 하락 뒤 상승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죠. 이날 씨티는 3월 금리인상폭 전망치를 0.5%p로 높여 잡기도 했습니다. 최종금리는 5.50~5.75%로 올렸는데요.

이 같은 상황은 연준의 신뢰도와 관계 있습니다. 실제 월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데요. 켈시 베로 JP모건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지난 한달 간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고 했고 금리 도달 수준과 (긴축) 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어제 그가 이 말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며 “이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켈시 베로는 연준의 신뢰도 문제를 정면으로 짚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폭을 줄이면서 이제는 속도(how fast)보다는 높이(high)와 기간(long)을 중시할 때라고 수차례 말해왔는데요. 이런 식이면 어떻게 파월 말을 믿겠느냐 그런 겁니다.
 



“제로데이 옵션 상위 5거래일 중 4개가 고용·물가 지표 날”···“미 증시, 달러인덱스 둔화 없이는 지속적 상승 어려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반대쪽에서 연준을 비판합니다. 그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2월 FOMC에서 금리를 0.5%p가 아닌 0.25%p를 올린 것은 실수”라며 “만약 연준이 0.25%p 금리인상을 고수하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더 뒤쳐질 것이며 그것은 스스로 구멍을 더 깊게 파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엘 에리언은 또 “파월의 발언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의 과도한 움직임은 경제와 시장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처럼 반복되는 정책실수는 연준에 구조적이며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함을 의미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어 “우리는 연준이 만든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실수 외에는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엘 에리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잘못 봤고, 지난해 첫 금리인상이 늦었으며 최근 금리인상폭을 빠르게 낮춘 실수를 연이어 해왔다고 봅니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자꾸 뒤쳐지면서 더 높은 금리를 오래 가져갈 수밖에 없어 경기침체로 갈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메인 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뎀머트도 “경기둔화와 추가 금리인상의 조합은 확실히 미국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스티븐 블리츠 TS 롬바르드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미국이 침체에 빠질 때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다. 그들은 최종금리가 어디쯤인지 전혀 알지 못하며 실업률은 최소 4.5%까지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기준금리를 0.5%p 올리면 시장 불안, 0.25%p를 유지하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요. 뭐가 됐든 연준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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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야 할 것은 시장에서 기준금리 6%파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생각보다 회복력이 강하다”며 “연준이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 가까이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6% 정도로 올린 뒤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도 “월가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지금으로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6%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증시를 놓고 보면, 기술적 분석을 하는 BTIG의 수석 시장 전략가 조나단 크린스키는 “(시장이) 지금부터 더 완화한다면 놀랄 것이다. 긴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부터는 증시 상승세는 어느 정도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그는 “증시는 달러인덱스의 약화 없이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줄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단기 ‘제로데이 옵션(0dte)’ 거래량을 분석해본 결과 2022년 이후 상위 5거래일 가운데 4개가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날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10일 2월 고용과 14일 CPI 날에도 옵션거래가 많을 수 있고 이것이 증시변동성을 더 키우거나 반대로 왜곡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금의 미국 증시는 베어마켓 랠리라고 봤습니다. 앤드류 가스웨이트 크레디트 스위스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미국 증시회복 규모가 상당하고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베어마켓 랠리이며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짚었는데요.

이제 확실히 믿을 건 데이터뿐입니다. 파월의 말과 현실의 괴리도 보이죠. 10일에 있을 고용보고서에서 0.5%p가 바로 확정될지, 아니면 14일 CPI까지 봐야할지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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