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 美 지표 호조에 10년물 금리 3개월만 최고치 근방...달러는 소폭 약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30일(현지 시간) 뉴욕 시장에서 미국의 장기 금리는 세 달 만에 최고치 부근에 머물렀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경제 성장률 수치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내린 4.264%로 3개월여 만에 최고치 부근에 머물렀다. 10년물 수익률은 장 초반 더 큰 낙폭을 보였으며 강력한 지표를 소화하며 낙폭을 줄였다. 하루 전인 29일에는 4.339%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금리에 더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3.5bp 상승한 4.154%를 가리켰다. 2년물 역시 전날 장중 4.179%로 8월 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 위에 놓인 영국 파운드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레바스 수석 픽스트인컴 전략가는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견조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완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발표한 10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23만 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증가 폭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으며 전문가 예상도 크게 웃돌았다.
또한 이날 미 상무부가 공개한 지난 3분기 미국의 GDP 증가율(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연율 2.8%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3.1%보다 낮은 기록이자, 지난 2분기(3.0%)에서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 소비 지출은 3분기 석 달간 3.7% 증가하며 지난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여전히 강력한 수요를 반영했다.
더불어 3분기 개인 소비 지출 물가 지수는 1.5% 상승,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나 지난 분기 2.5%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달 5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채 시장에서 과감한 베팅을 꺼리고 있다. 선거 도박 사이트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정치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와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확률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달러화는 강력한 미국의 경제 지표와 영국의 예산안 발표를 소화하며 주요 통화 대비 소폭 하락했다.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달러화 지수)는 104.06으로 전일 대비 0.17% 하락했다. 달러는 10월에만 3.6% 오르며, 지난 2022년 4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오늘은 금요일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포지션 조정이 나타난 날"이라며 "금요일의 미국 고용 데이터와 미국 대선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노동당 정부의 첫 예산안 발표에 장중 달러화 대비 0.6%까지 낙폭을 확대했으나 막판 0.3%로 내림폭을 줄였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공공 재정의 안정을 복구하고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겠다"면서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 5천억 원) 규모의 증세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00억 파운드는 국내총생산(GDP)의 1.25%로, 이 같은 증세는 1993년 보수당 정부의 노먼 러몬트 전 내무장관 이후로 3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1.0857달러로 전일 대비 0.36% 상승했다. 독일의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 유럽중앙은행(ECB)의 12월 대규모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는 지난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며 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153.42엔으로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