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캐나다, USMCA 자동차 원산지 규정 분쟁에서 미국에 승소

2020년 7월 1일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는 북미 자유협정(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북미산 자동차 부품 비율 확대를 골자로 하는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및 노동, 환경, 지재권 분야의 강화된 규범 등이 주요내용이다. 미국이 원산지 규정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멕시코와 캐나다가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2023년 1월 최종 승소하게 되었다.

 

원산지 규정


자유무역협정은 수입물품이 상대국 원산지 제품인 경우 특혜를 적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특혜관세 적용을 위해서는 교역 상품에 대한 국적 판정이 전제돼야한다. 해당 국가에서 제조돼야 한다는 추상적인 요건만으로는 정확히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협정들은 세세한 원산지 기준(Product Specific Rule)을 정해두고 있다.


원산지 기준의 종류로는 1) 세번변경기준(CTC, Change in Tariff Classification), 생산국 내 일정 수준 이상 부가가치가 발생해야 인정하는 2) 부가가치기준(RVC, Regional Value Contents), 특정한 생산공정이 수행돼야 인정하는 3) 가공공정기준 그리고 이 중 2개 이상을 충족해야 인정하는 4) 결합기준 등이 있다. 이 중 USMCA는 ‘다른 호에 해당하는 물품에서 해당 HS코드 물품으로 변경 당시 발생하는 RVC의 백분율’을 근거로 원산지 기준을 설립하고 있다.


USMCA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서는 역내 부가가치(Regional Value Content)에 대해 각 자동차 품목 HS코드별로 세부 규정을 나열하였으며 이를 유사한 품목군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USMCA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계적으로 역내가치비율이 상향조정돼 4년차에 해당하는 2023년 이후부터는 완성차와 핵심부품의 비율 규정이 75%까지 강화된다.


<발효연차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원산지 기준>

(단위: %)

발효연차

완성차

자동차부품

핵심부품

주요부품

보조부품

1년차 (’20.7.)

66

66

62.5

62

2년차 (’21.7.)

69

69

65

63

3년차 (’22.7.)

72

72

67.5

64

4년차 (’23.7.)

75

75

70

65

[자료: USMCA 원산지 규정 해설서]


예를 들어 ‘완성차’가 북미 지역의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 특혜관세 대상이 되려면, 자동차의 전체 부가가치 중 특정 비율만큼이 USMCA 역내에서 발생했어야 하며, ‘해당 완성차에 사용된 부품들’ 또한 특정 비율의 RVC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이 때 핵심 부품(core parts), 주요 부품(principal parts), 보조 부품(complementary parts)과 같이 자동차 부품 종류에 따라 다른 RVC 요건이 적용되며, 중요한 점은 승용차 및 경형트럭 생산에 있어 사용된 부품들 중 모든 부분품이 역내산일 경우에만 해당 승용차 및 경형트럭이 역내산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부록에 따른 자동차의 핵심 부품, 주요 부품, 보조 부품 구분>

ㅇ 핵심 부품: 엔진, 차대, 차축, 변속기(트랜스미션), 충격흡수장치, 스티어링 박스 등

ㅇ 주요 부품: 타이어, 펌프, 컴프레서, 에어컨 모듈, 베어링 및 베어링 하우징, 범퍼, 안전벨트, 브레이크, 보기륜(로드휠), 라디에이터, 머플러, 에어백, 시트 및 시트 부품 등

ㅇ 보조 부품: 파이프, 촉매변환장치, 밸프, 탭과 코크, 배전기 및 점화 코일, 전기 조명, 윈드실드 와이퍼와 디프로스터, 전자 스위치, 절연 전선 세트, 측정기구 등

[자료: USMCA 원산지 규정 해설서]


원산지 규정 해석 관련 입장차


협정문 4장 원산지 규정>

(4.5조 RVC 산정방법) 자동차 및 그 부품 생산에 사용하는 비원산지 재료의 가치를 계산할 때, 해당 상품에 후속적으로 사용되는 비원산지 재료의 가치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

 

부록 4-B 3조(승용차, 경형트럭 및 그 부분품의 역내부가가치)

(8) 생산자는 비원산지 재료를 1) 부분품 생산에 사용된 모든 비원산지의 가치, 또는 2) 부분품 생산에 사용된 장치들 중 부록 표에 나열된 비원산지장치의 가치로 규정할 수 있다

(9항) 8항에 부가해 역내 가치포함비율이 2항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모든 부분품을 원산지 상품으로 규정할 수 있다.

[자료: USMCA 원산지 규정 해설서]


원산지 규정 4장은 부분품의 RVC 산정 시에는 해당 부품들의 순원가 총합으로 계산되나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이 되는 상품 생산에 사용된 비원산지 재료의 경우 그 상품이 다른 상품의 후속 생산에 사용된다면 그 안에 포함된 비원산지 재료 가치는 따로 계산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 조항들에 근거해 자동차 부품들의 역내 가치가 롤업(Roll-up)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일정한 가공요건을 충족해 원산지 지위를 획득한 중간재를 이용해 최종 완성품을 생산하는 경우 해당 중간재를 100% 역내산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모든 개별 부품 기준으로 계산해 75%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자동차 부록에서 규정하는 원산지 기준이 ‘핵심부품 판별 기준(3조 7항-10항)’과 ‘완성차 판별 기준(3조 1항-6항)’의 두 가지로 나뉘며 따라서 핵심부품의 원산지 기준을 완성차에서의 부분품 역내산 여부 판별 시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미국은 이 해석에 기반하여 USMCA 협정문 4장 8조의 대체 단계별 준비제도(ASR, Alternative Staging Regime) 승인 시 원산지 기준을 더 까다롭게 적용하였다. 대체 단계별 준비제도는 협정 발효 후 5년 경과 시 해당 자동차들이 USMCA RVC 요건을 적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경우 생산량 중 약 10%에 대해 2년간 RVC 요건 적용을 연기해주는 제도이다. 즉, 원산지 규정 적용을 현 시점이 아닌 5년 이내 이행하는 것으로 유예승인해주는 제도인데, USMCA 원산지 규정이 전례없이 까다롭다보니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대체 단계별 준비제도 적용을 신청하였다. 이에 미국은 ASR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핵심부품에 대한 유연한 역내 부가가치를 계산법(flexible methods for calculating of the RVC of core parts)’을 적용하지 않고 ‘최종 완성품 대상으로만 롤업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내건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들의 경우, 대형트럭이나 그 외 물품에 사용되는 경우보다는 승용차나 경형트럭에 사용되는 경우 더 높은 비율의 RVC 기준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핵심부품의 롤업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역내 가치비율 충족이 상당히 까다로워지게 된다.

 

분쟁조정과정


USMCA 협정문의 31장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에는 협의 요청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 협의를 시작해 75일의 협의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다.

‘21년 8월 20일 멕시코의 前 경제부장관 타티아나 클로우티어(Tatiana Clouthier)는 USMCA 협정문 및 통일시행규칙에 의거해 미국이 협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제소하였고 분쟁조정절차에 의거한 공식 협의를 요청했다.


’21년 9월 24일부터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이 단계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못했다. 타티아나 클로우티어 前 경제부장관의 공개 성명에 따르면, 미국 측은 입장을 바꿀만한 “정치적 공간이 없다(no political space)”며 멕시코 측의 해석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꺼렸다고 한다. 이에 ’22년 1월 6일 멕시코는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패널 구성을 신청했으며, ’22년 1월 13일 캐나다도 이에 동의하며 가담하였다.


자동차 원산지 분쟁조정 타임라인>

[자료: KOTRA 제작]

 

패널 판결


23년 1월 11일 USMCA 분쟁조정패널은 ‘4장 원산지 규정’ 및 USMCA의 ‘최초규정 및 일반적 정의’(Initial Provisions and General Definitions)에 의거해 멕시코와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었다(USA-MEX-2022-31-01).

    USMCA 분쟁조정 결과 원문(링크) 


미국의 해석 및 적용이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한 핵심 쟁점은 “originating(역내산인)”이라는 용어에 대한 해석이었다. 분쟁조정패널은 "originating(역내산인)"이라는 용어가 USMCA 협정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며, 협정문의 조항에 따라 특정 핵심부품이 역내산에 해당되면 완성차 구성에 사용돼 다른 조항에 의해 역내산 여부를 따져보게 되더라도 일관성있게 역내산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 했다.


즉, 3조 7항-10항에 따라 해당 부품이 역내산이라고 판정하였으면 4.5항에 따라 100% 원산지산으로 롤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쟁조정패널은 한 협정문 안에서 두 개의 다른 조항에 의거해 역내산이라고 판정됐던 제품을 역내산이 아니라고 판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조항이 규정하는 ‘역내산’이라는 개념이 왜 다르며 어떻게 예외를 적용해야 되는 지에 대한 명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2020년 6월 협상 당시 미국 협상단이 캐나다 정부관계자 및 자동차 업계에 보낸 협정문 해석에 대한 이메일에 “역내산”의 정의 구별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근거가 되었다.


즉, 결과적으로 한 번 역내산으로 인정된 부품은 항상 역내산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완성차에 부분품으로 사용돼 역내부가가치 계산을 해야할 경우 롤업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분쟁조정결과에 따라 미국은 45일 이내에 판결에 따라 해석 및 적용 변경을 하거나 멕시코 캐나다와 보상 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이 결정을 따를 때까지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주요 인사 반응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는 이번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하며 "자동차 생산에 있어 역내가치비율 비중이 축소되므로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으며,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타티아나 클로우티어 前 멕시코 경제부장관은 "좋은 소식"이라며 "북미 지역의 전체 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캐나다 통상장관 메리 응(Mary Ng)은 "분쟁 해결 절차가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협회(AMIA, Asociación Mexicana de La Industria Automotriz)는 USMCA분쟁조정패널이 내린 판결이 “자동차 업계의 지속적인 협정이행을 돕는다”며 멕시코와 캐나다에 유리한 판결에 환호했다. 멕시코 국가경쟁력 연구소(IMCO, Instituto Mexicano para la Competitividad)는 이번 판결이 북미지역 경쟁력을 보호한다며, 미국 측의 해석이 아닌 멕시코와 캐나다의 해석을 적용했을 때 자동차 생산업계가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비용이 낮아져 해당 산업과 지역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사점


이번 판결은 유제품 할당량과 결정질 실리콘에 이은 USMCA의 3번째 분쟁조정 판결사례로 특히 이번 분쟁은 USMCA의 중추인 자동차 분야를 다루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무역협정의 핵심인 “역내산”이라는 개념에 대해 “협정문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라는 범용적 해석을 정립하였기 때문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타 분야에 있어서도 협정문 해석의 명확성이 제고되었다.

   역대 USMCA 분쟁조정 판결 내용 모아보기 (USMCA Dispute Settlement Scoreboard)_(링크) 


자료: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T-MEC, USMCA), 멕시코 경제부, 멕시코 경쟁력위원회(Instituto Mexicano para la Competitividad), 멕시코 자동차 산업협회(AMIA), 멕시코 현지 언론 El Financiero, El Economista, El Pais, Vanguadia-Industrial, Cronica, Mexico Industry, Reforma, El Sol de México, Expasión 및 Forbes, Bloomberg, Washington Post, InsideTrade.com,), 멕시코 경쟁력위원회(Instituto Mexicano para la Competitividad), 한국 무역협회 등 KOTRA 멕시코시티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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