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 경기 침체 경고...30년 만의 '슈퍼 콘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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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의 실물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통하며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시장에서 30년래 최악의 침체 신호가 나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구리 현물 가격의 계속된 하락으로 선물 가격과의 가격 격차가 1994년 이후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금속시장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재고량이 지난 몇 달 간 증가하면서 구리 가격은 내림세를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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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스프레드 추이 [사진=LME/로젠버그리서치] 2023.09.27 [email protected]

로젠버그 리서치에 따르면 LME 구리 현물 대비 3개월물 선물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마이너스 폭을 확대해 1994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현물 가격이 수요 감소에 의해 가파르게 빠지면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을 대폭 웃도는) '슈퍼 콘탱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LME 데이터에 따르면 9월 22일 기준 전 세계 구리 재고량은 16만3900톤으로 9월 초 대비 50% 늘었다. 재고 증가 흐름은 지난 7월 중순부터 나타났으며, 앞서 8월에도 50% 증가한 바 있다.

ING 상품전략가 이와 맨데이는 "수요 감소의 분명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와 비교해도 역대급으로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구리 수요 감소가 대부분 중국 경기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데,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둔화 흐름에 따른 파장은 유럽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출신 데이브 로젠버그도 구리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악화 중인 중국 경기 여건을 지목했으며, 더불어 글로벌 무역 감소 역시 가격 하락의 부분적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날 세계무역모니터(World Trade Monitor)에 따르면 7월 세계 무역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 감소, 2020년 8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대개 무역 규모 감소는 전반적인 경기 활동 둔화의 신호로 읽힌다.

구리는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이슈가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전도성이 높아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산업 전반에 원재료로 사용돼 경기 예측 자료로 활용되곤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리의 이러한 경기 예측 기능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원자재 리서치팀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와 구리 수요의 높은 상관관계가 점차 줄고 있다면서, 구리 가격도 파운드당 3.86달러 부근에서 지지를 받아 하방은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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