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을 맞는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월가의 큰손들이 움직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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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3년 4개월 동안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몰고 왔던 코로나 시대가 마감됐다. 코로나 시대 뿐만 아니라 엔데믹 시대에도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할 미국과 중국 관계가 지난달 같은 시기에 열렸던 선진 7개국(G7) 회담과 중국·중앙아시아 간 회담을 계기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으로 바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실체는 게임이론을 통해 보면 명확해진다. 각국 간 관계를 조명할 때 자주 활용되는 이 이론은 참가국 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쉬식 게임’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식 게임’으로 나뉜다. 디커플링은 이기적 게임인 전자에, 디리스킹은 공생적 게임인 후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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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들어서자마자 ‘핑퐁 외교’로 상징되는 미·중 간 관계는 ‘커플링(coupling·동조화)’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27일로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닉슨의 방문 이후 베트남 종전이 선언된 데 이어 1979년에는 미·중 간 국교가 수립됐다.

국교 수립 이후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미·중 간 관계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된다.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정치경제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 개념은 중국을 포함한 비서구 국가를 글로벌화와 시장경제에 편입시켜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력 확장을 위한 전략을 말한다.

미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 중국의 대외경제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대립되지 않았다. 오히려 2차 대전 이후 전범인 독일을 포함한 유럽 부흥에 기여했던 ‘마샬 플랜’이라 부를 정도로 중국이 성장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대중국 편향적으로 만들었다. 마치 중국이 없으면 대외경제정책이나 기업경영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국민총소득(GNI)이 WTO 가입 직전 미국의 17% 수준에서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에는 55%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글로벌 시대에 동참해 급성장한 것은 미국에 도움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과의 경제패권 경쟁자로 키우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간 관계가 커플링에서 디커플링으로 변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인 팍스 시니카 야망을 꿈꾸었던 시진핑 주석은 취임하자마자 대외경제정책 기조를 ‘주동작위(主動作爲·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다)’로 급선회했다. 행동계획으로 일대일로, 위안화 국제화, 제조업 2025, 디지털 위안화 기축통화 구상 등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두 컨센서스 간 충돌이 정점에 이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대중국 견제전략인 ‘나비로 패러다임’을 추진할 때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시절부터 초강경 중국론자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함무라비 법전식으로 중국을 철저하게 배제해 나가는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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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견제’라는 관점에서 나바로 패러다임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직전 중국의 GNI는 미국의 75%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을 가정해 집권 기간인 2027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시진핑 주석의 팍스 시니카 야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집권기간 중 경제패권을 중국에 넘겨준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굴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동안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미·중 간 관계 개선에 다리를 놓았던 키신저가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제3차 대전을 우려될 정도로 위기에 처하자 디커플링 전략의 한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중국이다.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랭경온(政冷經溫·정치 군사적으로 냉랭한 관계 속 경제적으로 친밀한 관계)’ 기류로 바뀌면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잇달아 초청하고 있다.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가리워졌던 수정된 워싱턴 컨센서스인 ‘설러번 패러다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미·중 간 관계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시대로 넘어가 대립에서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인가? 엔데믹 시대에 세계 경제와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그리고 한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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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관계와 함께 또 하나 최대 변수인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빠르면 이달부터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준금리 5.2%는 3월 회의 점도표 상 최고금리인 5.1%보다 높다. 인플레 지표의 하향 안정세, 비둘기파로 채워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 등을 감안하면 이달 회의 점도표에서는 최고금리가 더 낮아질 확률도 높다.

자금이동 상 먼저 유출 면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각종 캐리 자금의 향방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직전까지 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미국으로 유입되던 캐리 자금이 이달 들어서는 이탈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은 외국기업이 본격적으로 이탈됨에 따라 경기가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는 심각하다. 작년 10월 공산당 대회 이후 하루 평균 30억 위안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자금이탈액은 최근 들어서는 80억 위안대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핑크 타이드 물결이 다시 덮치고 있는 중남미 지역으로부터 자금 이탈세도 빠르다. 최고통수권자의 장기집권 야망으로 포퓰리즘이 만연되면서 인플레가 폭등하고 성장률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 탈영국 자금은 런던이 유럽의 배후 금융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멈추지 않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더 중요한 ‘이 많은 이탈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199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세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블리는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추천을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닛케이 지수는 32년 만에 30000선을 돌파했다.

‘나쁜 엔화 약세의 비밀’도 풀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나쁜 엔화 약세는 마이너스 금리와 일본식 헬리콥터 밴 정책으로 엔화 약세를 도모하더라도 수출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버핏의 발언 이후 엔화 약세와 닛케이 지수 간 선순환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 조치 이후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주력산업 국가에 자금 유입세도 눈에 들어온다.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테슬라의 이기적 게임인 가격할인은 결국 손을 들어 가격 인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감산은 초기에는 희생이 따르지만 수급이 개선되면 경쟁사 모두가 혜택을 받는 공생적 게임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를 살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작년 3월 말 이후 15개월 만에 7만 전자를 회복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 경제의 양대 현안인 무역적자와 낮은 성장률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테크래쉬(techlash·빅테크 규제) 이후 대체지로 부각되면서 시작된 인도로의 자금 유입은 인구의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더 두터워지는 추세다. 지난 4월말을 기해 인도의 인구는 중국을 추월했다. 앞으로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 과정에서 지경학적 요충지로 스윙 스폿 역할까지 기대돼 인도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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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큰손들도 발 빠르게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버핏은 일본의 5대 상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헤지펀드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는 친시진핑 성향의 테슬라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빌 애크먼과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는 엔디비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 보유 비중을 높였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 원문(출처):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306120034&t=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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