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AP/연합뉴스미국 중앙은행(Fed) 내부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기준금리를 너무 적게 올리는 것보다 오히려 많이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침체·금융 혼란 올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Fed 관계자들 사이에 (기준) 금리에 관한 입장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Fed는 7월 연방시장공개회의(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25~연 5.5%다. 지난해 3월 이후 11번째 금리 인상이자 22년 만에 최고치다.
현재 시장은 9월 FOMC에선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지만, 이후 11월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엔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금리를 너무 적게 올리는 것보다 차라리 과하게 올리는 게 낫다는 데 만장일치의 의견을 보였다. 양쪽의 부작용을 저울질했을 때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Fed의 사명감도 있지만, 일각에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과거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다 중도 포기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경험이 있어서다.

Fed는 19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최대 연 11% 선까지 올렸다. 이후 물가 상승이 둔화하면서 곧바로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1979년 기준 물가상승률이 13%대까지 올랐다. 당시 미국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실제 Fed 관계자들은 당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다짐해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물론 Fed 내부에선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무리한 금리인상으로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또 새로운 금융 혼란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11월과 12월 FOMC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할지에 대해 Fed 내부에서 상반되는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준 얼마나 유지할지가 더 중요”

Fed 내 매파들은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클리블랜드 연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과도한 긴축은 위험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상승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경제에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만일에 과도한 통화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도 내년에 금리를 조금 더 빨리 인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총재 또한 지난주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한 번 더 인상한다고 해서 경제가 반드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은 “Fed의 다른 관계자들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재 수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동결을 더 지지한다는 의미다. 중국과 유럽의 성장둔화와 과거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위험과 지나치게 제한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경기둔화 가능성을 잘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 또한 지난달 “내년에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우리가 (긴축에) 적절히 신중하다면 고용 측면에서 볼 때 피해를 최소화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옐런 “느낌이 매우 좋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하고 새로운 구직자가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를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과거 물가를 억제하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그러한 예측과 관련해 느낌이 매우 좋다”며 “우리는 정확하게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길에 기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옐런 장관은 “모든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초 반세기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실업률이 지난달 상승했지만, 이는 대규모 해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지난달 실업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8%를 기록했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노동력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노동시장이 일부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필요하다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조처를 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 기사 원문(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9118274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