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가포르, 세계 첫 '공급망 파트너십' 체결…위기 공동대응 시스템 마련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한국과 싱가포르가 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Supply Chain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했다.
SCPA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다자 협정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을 양자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싱가포르가 첫 번째 체결국이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2024.10.08 [email protected] |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부존 자원의 부족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기술과 금융의 허브를 구축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오늘 웡 총리와 저는 양국의 우호, 협력을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SCPA 체결을 비롯해 전략물자의 공급망과 에너지 등 경제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 등 날로 커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최근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으로 다자 차원 협력을 이어왔는데,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상호 최초의 '양자 차원 협력'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 공급망 협력 강화 분야는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이다. 양국은 특히 '공급망 위기대응 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고, 공급망 교란이 실제 발생하면 5일 내 실무자급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 단계별 협력사항이 마련됐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 킴 용 싱가포르 부총리 겸 통상산업장관의 한-싱가포르 LNG 수급 협력 등 5개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임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2024.10.08 [email protected] |
양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수급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이고, 싱가포르는 재수출 물량 기준 세계 4위의 대표적인 '에너지 트레이딩 허브'다. 정부는 이번에 체결한 MOU가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LNG 도입 비용 절감 등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기초로 바이오·에너지·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며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한국과 글로벌 LNG 교역 허브인 싱가포르 간에 체결한 'LNG 수급 협력 MOU'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국제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양국은 이번 MOU를 토대로 필요시 재고 물량을 교환하는 LNG 스왑과 공동구매, 정보교환 등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웡 총리는 양국 수교 50주년인 2025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정상회담 계기에 체결된 MOU는 '첨단산업 에너지 기술협력 MOU'를 비롯해 총 6건이다.
양국은 첨단제조, 미래차,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하고, 향후 싱가포르 주요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R&D) 등 우리 기업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스타트업 협력 MOU' 체결로 양국 중소·스타트업의 성장도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한-싱가포르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2024.10.08 [email protected] |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아시아의 발전과 번영을 선도해온 싱가포르와 한국은 이제 AI(인공지능)·디지털·녹색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AI를 포함한 첨단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의 협력을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오늘 체결된 '기술협력 MOU(업무협약)'와 '스타트업 협력 MOU'가 이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국 정상은 인적·물적 교류의 제도적 기반 강화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간 상호 방문객 수가 9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양국 국민들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1972년 발효된 항공협정을 내년까지 개정하기로 했다"며 "우수한 인적 자원 육성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협력 사업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 지역 안보 문제 대응에 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나와 웡 총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