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6개월 내 안보·무역 등 협력 강화하는 포괄적 협정 추진키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과 독일이 28일(현지시간) 향후 6개월 내에 안보와 무역, 에너지, 환경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이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조만간 실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국과 독일은 이와 별도로 국방 분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족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이전 보수당과 달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소원해졌던 유럽 국가들과의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독일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유럽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기회를 맞이했다"며 "영국은 브렉시트의 고비를 넘어 보수당 정부가 남긴 '유럽과의 망가진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은 우리 정부의 최우선 임무"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파트너들과 관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영국의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라며 "영국 전체 무역의 8.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영국은 언제나 좋은 친구이자 가까운 파트너,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면서 "이는 영국이 EU를 떠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불법 이민 등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주요 유럽 동맹국으로서 모든 잠재적 위협과 적에 대항해 억제·방어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고 러시아 공세를 억제해 유럽 방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러시아 본토 내 목표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타머 총리는 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영국이 EU의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에 다시 가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측 청년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공부도 하고 일자리도 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가 이날 "브렉시트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독일과 영국 사람들의 접촉이 크게 줄었다. 우린 그것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양측 간 이견도 있었음을 드러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이 유럽 대륙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EU가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줘야 한다"면서 "동·식물 검역과 청년 교류 등의 구체적 사항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