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 기대 이상 물가·저조한 고용에 美국채 금리 혼조...달러는 7주래 최고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0일(현지 시간) 뉴욕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만기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기대보다 느린 물가 완화와 고용 지표 악화를 확인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 시장 오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73%로 7주 만에 최고치 근방에 머물렀다. 9월 CPI가 공개된 직후에는 4.12%까지 오르며 10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정책에 더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3.968%로 전장 대비4.9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자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만기별 수익률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이날 나온 물가와 고용 지표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기간 3.3% 올랐다. 이들 수치는 모두 경제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상회했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9월 CPI에 대해 "물가 둔화세가 정체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언제나 상방으로 튀는 일회성 수치들이 있으며 보통 그다음 달에 하향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플레이션 추세를 생각할 때는 추세를 고려해야 하며, 특정 달에 양방향으로 이상한 숫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 지표는 부진했다.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5만 8000건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주에 커다란 피해를 준 허리케인 헐린과 보잉의 파업 사태가 이러한 실업수당 청구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허리케인 밀턴의 여파로 당분간 고용 지표가 왜곡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대보다 느린 물가 완화와 고용 지표 악화를 확인한 시장에서는 내달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물가 수치가 예상을 웃돈 건 금리 인하를 지연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장은 고용 지표에 더 주목했다.
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p)) 인하할 확률을 87.4%로 반영 중이다. 동결 확률은 12.6%로 지표 발표 전의 17%에서 줄었다.
연준 위원들도 더욱 신중해진 모습이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쉬어가도 괜찮다고 밝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향후 12~18개월간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07% 상승한 102.9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미 달러화는 지난주에만 2% 이상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다만 달러는 일본 엔화 대비로는 약세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물가 전망이 달성되면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BOJ) 부총재의 발언이 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0925로 지난 8월 8일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