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 휴전 협상 때 빼앗긴 영토 회복보다 안전 보장 더 중요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 휴전 협상이 진행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 회복보다는 안전 보장을 더 중시할 것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을 계속한다 해도 러시아가 점령한 땅을 다시 찾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차선을 택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 등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땅을 한 치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되찾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러시아가 차지한 땅을 포기하고 안전 보장을 택할 경우 휴전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최근 동부 전선에서 영토를 계속 잃고,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 조기 종식을 추진하면서 협상에 대한 우크라이나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협상에서 휴전선을 어디로 할 것인지보다 어떻게 하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는 것이다.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회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에 "협상은 안전 보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더욱 선명한 어조로 "영토 문제는 엄청 중요하지만 여전히 두 번째 문제"라면서 "첫 번째 문제는 안전 보장"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안전 보장에 집착하는 것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무력을 사용해 땅을 빼앗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의 친러시아 세력의 무장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어 2022년 2월에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의 보호와 우크라이나의 서방화를 막겠다며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뼈아픈 과거를 생각할 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러시아가 다시 침략해오지 않도록 국제 사회가 보장하는 안전 장치가 절실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응징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방안도 러시아의 야욕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초 기습 공격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 문제도 협상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이 땅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 되도록 많은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를 협상 시작의 전제 조건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여러차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외교·안보 참모진을 중심으로 "현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는 향후 20년간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휴전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