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美 상업용 부동산 쇼크 ② 채권 만기 '폭탄' 1조달러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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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과 일본, 유럽까지 3개 대륙 은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의 전염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 은행(SVB)을 필두로 지역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월가에 공포감을 고조시켰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일으킨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확산된 기업들의 재택 근무가 경제 활동 재개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오피스 빌딩 수요가 급감했고,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이 가속화된 데 따라 쇼핑몰 시장도 한파가 두드러졌다.

무디스에 따르면 특히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2023년 4분기 19.6%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치가 20%에 이르면 침체 신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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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오피스 빌딩 [사진=블룸버그]

문제는 관련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진 상황에 앞으로 수 년간 채권 만기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렙에 따르면 2023년 만기 도래한 상업용 부동산 채권 물량은 54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오피스 빌딩과 쇼핑몰, 호텔, 임대용 아파트 등 다양한 부동산이 모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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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피스빌딩 공실률 추이 [자료=무디스]

2024년 이후 만기 물량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 트렙은 2027년까지 2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채권은 일반적으로 5~10년을 만기로 발행된다. 2023년부터 만기 도래하는 채권이 거의 모두 2022년 연준의 금리 인상 이전 저금리 여건에 발행된 셈이다.

건물 공실률 상승과 임대 수입 감소로 담보물에 해당하는 건물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시장 금리는 크게 뛰었기 때문에 해당 채권의 차환 발행이나 만기 연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시장 조사 업체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12개월 사이 미국 오피스 빌딩 가격이 25% 떨어졌고, 아파트와 셀프 스토리지 빌딩 가격이 각각 12%와 11%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인 에이온 센터가 최근 1억4780만달러에 매각됐다. 2014년 매입 가격보다 45% 싸게 팔린 셈이다.

주택 담보 대출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대부분 차입자가 채권 만기까지 이자만 지급한다. 즉, 채권 만기에 차환 발행을 하지 않으면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상업용 부동산 채권의 연체율이 2024년 4.5%까지 오른 뒤 2025년 4.9%까지 뛰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3년 11월 기준 2.25%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다는 얘기다.

특히 오피스 빌딩 채권의 연체율이 2023년 11월 말 3.48%에서 2024년 8.1%로 두 배 이상 상승한 뒤 2025년 9.9%에 이를 것으로 피치는 예상한다.

이 뿐 아니라 호텔과 쇼핑몰, 공동 주택까지 연체율 상승이 향후 수 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피치는 경고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2년 6월 연율 기준 9.1%로 정점을 찍고 2023년 12월 3.4%까지 떨어진 데 따라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이른바 피벗(pivot, 정책 전환) 효과가 나타나려면 일정 기간 시차가 벌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회생시킬 만큼 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억만장자 투자자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조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 오피스 빌딩 시장은 실재적인 위기 상태"라며 "한 때 시가총액이 3조달러에 달했던 자산시장이 최근 1조8000억달러로 위축됐고, 앞으로 1조2000억달러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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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형은행 상업용 부동산 노출 [자료=블룸버그]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출범한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FSOC)는 보고서를 내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한편 지방 정부의 세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권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험 노출액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손에 들고 있는 채권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위험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이해 관계가 얽힌 금융회사들 사이에 일종의 '수건 돌리기'가 벌어지다 궁극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을 거래 상대방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시장 조사 업체 트렙에 따르면 2024년 만기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채권 가운데 사모펀드를 포함한 비은행권 물량이 500억달러를 웃도는 실정이다.

로펌 킹 앤드 스페일딩의 테디우스 윌슨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평시 한 해에 몇 건 안되는 상업용 부동산 채권 연장 협상이 지난 1년간 약 50건에 달했다"며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조건을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부동산 물건의 가치를 놓고 커다란 견해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상황을 전했다.

결국 채무자가 채권자의 가치 평가를 받아들이고,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협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뉴욕 소재 킨 슈미트 캐피탈 파트너스의 해롤드 보드윈 국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상업용 부동산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상승했지만 은행권은 이를 장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노출액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한다. 2024년부터 수 년간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번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와 흡사한 사례가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증시의 지역은행주로 구성된 KWB 리저널 뱅킹 인덱스가 지난 1월31일에만 6% 폭락,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수는 2월1일 3.2% 추가 하락했다.

JP모간에 따르면 미국 소형 은행의 자산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28.7%로 파악됐다. 이는 대형 은행 수치인 6.5%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수치다.

자산운용사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스의 저스틴 오네쿠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4년 지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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