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시다 총리, 한국서 오타니 경기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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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3월 20일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15일 나왔다.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현재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보도된 방한 시기가 절묘하다.

내달 20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으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2차전을 하는 날이다. 일본에서 야구는 알아주는 국민 스포츠다. LA 다저스는 일본의 최고 인기 스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올해 이적한 구단이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이날 정식 구단 데뷔 무대에 오를 수 있단 소식에 일본 언론들은 연일 오타니 소식 전하기에 열을 올린다.

현지 언론들은 방한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오타니 출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국민은 한일 정상회담 자체보다 기시다 총리가 오타니를 보러 갈지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반응을 종합해 보면 "가지 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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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진 국제부 기자

야후뉴스 재팬 기사 댓글을 보면 "총리면 국내 분위기 정돈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오타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오타니 인기에 편승하려고 하느냐?" "노토(能登)반도 지진 피해를 생각하면 야구 관전은 하지 말아야" "당 정치자금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공적 자금으로 야구 관전을 하려는 것이냐?" 등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중에는 국민은 가고 싶어도 비싼 가격과 조기 매진으로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 기시다 총리가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볼 수 있었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곤두박질친 지지율 회복을 위한 외교적 돌파구란 말이 많다. 보다 정확히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지지율 회복 카드다. 이번 방한이 한국 측과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도 북일 정상회담 추진 보도가 나오자 "일본이 한국 정부와 원만히 협의만 한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20%대 낮은 지지율 행진을 보인 기시다의 최신 지지율은 16.9%(지지통신 9~12일 조사)로 또 떨어졌다. 이는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정권 운영 구심력은커녕 퇴진 위기 수준이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만큼 정치자금 스캔들에 분노한 여론을 환기할 만한 게 없다. 일본 정치 분석가이자 학자인 혼다 마사토시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외교 카드는 북일 관계"라고 평했다.

기시다 총리가 오타니 경기 관람을 생략해도 문제다. 댓글 반응 중에는 "한국에 왜 가느냐?"는 지적도 더러 있었다. 나날이 빈도가 커지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도 중요하지만, 자국 내 문제가 산적한 현시점에 굳이 서울까지 가서 정상을 만나야 하냐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일국의 총리가 타국을 방문한다면 어떤 성과를 가지고 와야 한다. 국익을 위한 방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상회담을 하고 싶은 쪽은 한국 대통령일 것이다. 야구 관전에 초대한 것도 한국 대통령이겠지. 나는 이번 방한에 반대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차라리 야구 관전만 하고 정상회담 없이 돌아온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낮은 지지율에 부정 여론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와 회담할 뾰족한 어젠다가 없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총 7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가장 최근은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 국빈 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을 계획하다 13일 돌연 순연 결정을 내렸다.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외교 결례'란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기시다 총리와의 야구 관람은 어려워 보인다.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기시다 총리와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 모두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는 시기다. 아무래도 한일 정상의 야구 관람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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