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철의 글로벌 워치]이-팔 전쟁으로 다시 소환된 '두 국가 해법'...강경파 네타냐후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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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유럽연합(EU) 국가인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스페인이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정식 인정한다고 발표하면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방의 3개국이 함께 전격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3만 5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참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거운 감자로 부상한 '두 국가 해법'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80년 가까이 끌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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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 뉴욕 특파원

이 과정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고, 유일한 해법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주권을 각각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토록 하자는 '두 국가 해법'이다. 

지난 10일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193개 회원국 중 143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9개국은 반대했고, 25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표결은 그동안 친 서방· 친 이스라엘을 보여온 상당수 국가들 마저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지했다는 의미여서 이스라엘 외교의 참패로 여겨진다. 한국도 이날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졌다.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9월 13일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 기반한다. 당시 중재를 맡았던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서명했다. 

골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서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평화 공존을 약속하면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던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지 4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를 기반한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풀 국제사회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네타냐후 VS 하마스, 강대강 대치와 이-팔 전쟁

하지만 오슬로 협정은 이에 불만을 품은 강경파들의 반발로 여전히 표류중이다. 협정에 서명한 라빈 총리는 1995년 중동평화 지지 집회 연설을 마친 뒤 유대인 극우 민족주의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강경파의 자살 폭탄 테러와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폭탄 테러 등을 주도한 급진 무장정파가 하마스다. 하마스는 지난 2006년 가자지구 선거에서 PLO를 계승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집권당인 파타를 누른 후 이 지역을 계속 통치해왔다. 

이스라엘에서도 6선의 최장수 총리를 역임하다가 실각했던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극우파 연정이 2022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두 국가 해법의 입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권좌에 복귀하기 위해 이른바 극우및 정통 유대교 정파까지 모두 연정에 끌어들였다. 네타냐후 정부는 집권이후 한층 강경한 극우 성향을 보이며 '두 국가 해법'과는 상반된 팔레스타인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는 이스라엘 점령지에서의 정착촌을 오히려 늘렸고, 동예루살렘 소유권도 강조하는 한편 이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저항을 강경 진압하고 이들을 대거 투옥했다.   

급진 무장정파 하마스와 네타냐후 극우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지난해 10월 7일 기습과 이후 가지지구 전면전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두 국가 해법을 기반한 중동 평화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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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美, 사우디 수교 카드와 함께 두 국가 해법 압박...강경파 네타냐후 반발 

바이든 정부의 중동 평화 해법은 기존의 두 국가 해법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추가해서 설계돼있다.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고, 두 국가 수립을 통해 평화 공존에 나선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은 물론 중동 전체에 안전판을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사우디는 핵 개발 보장 등의 반대 급부와 함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바이든 정부의 중재에 응해왔다. 

하지만 이 중재 협상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뒤이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한동안 중단됐었다. 당시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배경 중 하나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저지라는 노림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수니파인 사우디와 함께 중동을 양분하며 대립해온 시아파의 이란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친 이란계 무장 조직인 하마스이 기습 도발에 이같은 기류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7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하마스는 사실상 궤멸 직전의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후 전후 처리에 눈을 돌리고 있고 결국 '두 국가 해법' 만이 대안이라는 기류가 주성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후 구상 밑그림도 이미 나와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와 서안 지구를 통합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의 안보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은 이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처리 과정에서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면서,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치안권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의 국교 카드를 제시하며 네타냐후 정부를 설득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1일 상원 청문회에서도 사우디와 함께 수교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두 국가' 인정 문제로 우려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노르웨이 등의 팔레스타인 국가로 정식 인정 발표에 대해 "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력 내내 '두 국가 해법'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팔레스타인 국가가 일방적 인정이 아닌 당사국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반발하는 이스라엘의 동의를 이끌내기 위해선 두 국가 해법 뿐만 아니라, 중동 평화를 보장할 패키지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가지자구 전쟁기간 동안 하마스가 거의 궤멸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두 국가 해법의 실현은 미국 등이 강경파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을 설득하고 압박해,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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