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PTSD 호소 동료 "군장에 책 40권"
작성자 정보
- 투자진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617 조회
- 목록
본문
"알루미늄 배트 위협" "군장결속 위해 책 40권 넣어" 주장
"중대장, 박 훈련병 쓰러지자 꾀병 부리지 말라며 멱살" 증언
동료 훈련병 "구급처치 빨리 됐으면 살지 않았을까" 아쉬움 토로
박 훈련병 모친 "아들 거품 물고 쓰러진 사실 알지 못해" 은폐 주장
'가혹행위는 중대장 지시', '완전군장 지시는 부중대장' 책임 떠넘기기
![]() |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강모씨가 지난 6월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무리한 얼차려로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은 동료 훈련병들의 사건 당시 구체적인 피해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두고 가해자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의 주장을 폈고 고인의 유가족들은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27일 중대장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의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 전 남씨 측 변호인은 전날 제출한 공판 절차 의견서를 토대로 "학대 행위는 인정한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입장을 일부 바꿨으나 박 훈련병의 사망 예견 가능성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동료 훈련병 4명이 겪은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피고인들의 개별적 군기훈련 지시 과정 등 사건 전반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훈련병들 중 3명은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했으며 나머지 1명은 피고인들과 대면을 원하지 않아 별도 공간에서 비대면 신문이 이뤄졌다.
![]() |
황진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부중대장 남씨가 훈련병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배트를 들고 와 바닥을 치거나 위협한 뒤 이튿날 소명기회도 받지 못하고 완전군장을 멘 뒤 군기훈련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들은 당시 남씨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두 바퀴를 걷도록 지시했으나 이후 강씨가 '부중대장 말을 안 듣냐. 나한테 도전하는 거냐'라고 말한 뒤 연병장을 뛰고 팔굽혀펴기를 반복해 시키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완전군장 결속 과정을 묻는 검찰 측 질문에 동료 훈련병 네 사람은 모두 "모포와 베개, 야전삽, 수통 등을 넣고 나머지를 책으로 꽉 채우게 했다. 책만 40권에 달했다"는 공통적인 답변을 내놨으며 두 사람에 대한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첫 증인신문으로 출석한 동료 훈련병 A씨는 "팔굽혀펴기를 하던 동기 군장에서 책들이 다 떨어지기 시작했고 혼자 메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대장이 '남자가 이거 하나도 못 드냐. 울지말라'고 소리쳤다"며 "(박 훈련병이) 쓰러지고 의무병으로부터 맥박이 잘 뛴다고 들은 중대장이 '꾀병을 부리지 말라'며 전투조끼 목 부분을 잡고 흔들면서 일어나라고 욕설을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로부터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A씨는 "군기교육은 당연히 받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라며 "마지막에 그 친구에 대한 구급처치가 빨리 됐으면 살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반대 신문에서 남씨 측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두 바퀴를 걷는 지시 외에 군기훈련은 지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네 사람에게 질의했고 강씨 측은 완전군장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등 '책임 떠넘기기식' 모습을 보였다.
![]() |
지난 6월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훈련병의 동기 훈련병들의 수료식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친구의 수료식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20대 김모씨가 헌화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료 훈련병 B씨는 박 훈련병이 최초 쓰러진 뒤 상황을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처음엔 누워서 대답도 하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점점 안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며 "1시간 정도 군기훈련을 받았던 것 같은데 물이나 휴식 시간도 부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씨 측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숨진 박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진 뒤 정상적으로 대화를 한 사실이 있는지, 의무병이 강씨에게 박 훈련병의 호흡이 있다는 말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억울하게 군기훈련의 피해자가 됐고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는 피해 주장도 나왔다.
비대면 증인신문에 나선 동료 훈련병 C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생활관에서 자고 있는데 부중대장님이 들어와서 갑자기 일어나라고 한 뒤 다음날 군기훈련을 받게 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씨는 "(군기훈련 뒤) 발에 피가 고여 물집이 생기고 팔에 피멍이 많이 생겼다"며 "오늘 오전에 PTSD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 |
지난 16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과 관련해 숨진 박 모 훈련병의 유가족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약 3시간 가까운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 선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쓰러진 뒤 입에 거품을 물었다는 내용은 당시 소대장이 중대장 명령을 받고 저한테 전화했을 때 없었던 내용"이라며 "제가 가야 되는게 아니냐고 묻자 '오실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처음 전달 과정도 거짓말이고 은폐했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두가 아들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행태로 책임을 회피해 왔는데 오늘 진술 과정에서 구체적인 학대나 가혹행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훈련병 중 한 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데 검찰에서 학대치상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도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부중대장이 알루미늄 배트를 끌고 찍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새로운 증언으로 나왔는데 이 부분은 경찰이나 군에서 유족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라며 "쓰러진 고인에게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것도 새로운 증언"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두 부분은 유족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적 분노를 더 가라앉히기 위한 은폐 행위"라며 "동료 훈련병들에 대한 의료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소속 부대 훈련 사정 등으로 이날 참석하지 못한 훈련병 1명과 당시 훈련 조교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 기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13일 오후 3시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 |
황진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들은 지난 5월 23일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아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첫 재판에서 강씨 측은 "숨진 피해자를 포함해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 학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남씨 측도 "일부 (군기훈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집행한 사실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으나 강씨 측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